- 베버의 강렬한 에너지, 모차르트의 절제된 서정, 쇼스타코비치의 시대적 성찰을 하나의 서사로

검열의 위기 속 피어난 예술가의 혼,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1937년 초연된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5번”은 정치적 통제와 비판이 극심하던 시기에 탄생한 작품이다. 1936년 그의 오페라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이 '프라우다'의 강한 비판을 받으면서 작곡가로서 활동에 큰 위기가 닥쳤고, 이듬해 발표한 제5번의 성공은 그의 입지를 다시 세우는 계기가 됐다. 초연 이후 이 작품은 ‘당국의 정당한 비판에 대한 소비에트 예술가의 창조적 응답’이라는 표현으로 소개되기도 했지만, 곳곳에 배어 있는 불안과 고뇌, 긴장과 희망은 오늘날까지도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거대한 규모와 치밀한 구성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총 4악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긴장감 넘치는 주제와 극적인 전개로 불안한 심리를 그리는 1악장에 이어, 2악장 스케르초는 거친 왈츠 리듬 속에 풍자와 해학을 담아낸다. 느리고 차분한 3악장 라르고가 애틋한 여운을 머금은 채 흐르고 나면, 강렬한 에너지와 거대한 음향의 마지막 악장이 대미를 장식한다. 표면적으로는 장대한 환희를 선포하지만, 그 이면에는 환호를 강요당하는 ‘거짓된 승리’의 슬픔이 숨어 있다는 견해도 있어, 이 대목은 작품 전체의 해석을 가르는 지점이 되곤 한다.
베버와 모차르트, 쇼스타코비치로 이어지는 유럽 음악의 전통
쇼스타코비치의 음악 세계를 이해하는 또 다른 축은 그가 계승한 유럽 음악의 전통이다. 이번 프로그램에 함께 구성된 베버와 모차르트의 작품은 서로 다른 시대가 추구한 음악적 이상을 보여주며, 고전에서 낭만을 거쳐 20세기로 이어지는 음악사의 궤적을 자연스럽게 그려낸다.
전반부의 첫 무대를 장식할 곡은 베버의 “영혼의 지배자 서곡”이다. 그가 미완성으로 남겨 둔 오페라 “뤼베찰(Rübezahl)”을 위해 쓴 서곡을 1811년 개작해 완성한 독립된 관현악곡으로, 내재한 긴장감과 빠른 전개, 선명한 음향 대비에 화려한 오케스트레이션이 더해져 짧은 시간 안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이어지는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은 고전주의 음악의 절제된 아름다움과 깊은 서정성을 담은 명곡이다. 모차르트가 생애 마지막 해에 완성한 이 곡은 클라리넷의 부드럽고 따뜻한 음색을 바탕으로 독주 악기와 오케스트라가 정교한 조화를 이룬다. 이 무대에서는 프랑스 클라리넷의 거장 플로랑 에오가 모차르트 특유의 서정을 섬세한 표현력으로 들려줄 예정이다.
곡은 총 3악장으로, 1악장은 우아한 주제와 독주 클라리넷의 선율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고, 2악장 아다지오는 평온함과 깊은 서정을 드러낸다. 마지막 3악장 론도는 경쾌한 리듬과 생동감으로 고전 협주곡이 지닌 조화와 균형미를 선보이며 마무리한다.
세계적인 협연자와 지휘자가 선사하는 시대의 흔적
이번 무대에서 협연하는 클라리네티스트 플로랑 에오는 파리국립고등음악원에서 미셸 아리뇽을 사사했다. 1991년부터 1995년까지 다수의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세계 무대에서 이름을 알린 그는 프랑스 클라리넷 악파의 전통을 이어가는 연주자이자 교육자이다. 브르타뉴 오케스트라, 파리 오케스트라 앙상블 등 유럽 주요 악단과 협연했으며, 현재 파리음악원(CRR)과 스위스 로잔고등음악원(HEMU)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일본 오사카 음악대학과 중국 상하이 음악원의 객원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서울 세종문화회관 공연에 앞선 ‘대구 프리뷰 콘서트’
한편, 이번 공연은 오는 9월 15일(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개최되는 '2026 누구나 클래식 with 대구시립교향악단'의 대구 프리뷰 콘서트이기도 하다. ‘누구나 클래식’은 2024년부터 ‘관람료 선택제’를 도입해 관객이 1,000원부터 1만원까지 자율적으로 티켓 가격을 정할 수 있도록 한 프로그램이다. 대구시향은 세종문화회관 초청 공연에 앞서 같은 프로그램을 대구 관객에게 먼저 선보이며, 이날의 감동을 서울 무대로 이어갈 예정이다. 서울에서는 클라리네티스트 김한이 협연자로 함께하며,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과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5번”을 연주한다.
백진현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는 “이번 프로그램은 베버와 모차르트가 구축한 고전과 낭만 음악의 유산이 쇼스타코비치라는 거장의 격동적인 삶과 만나 어떻게 새로운 음악 언어로 재탄생했는지 그 흐름을 보여주는 무대”라며 “당시 엄격한 검열 속에서도 끝내 지키고자 했던 예술가로서의 정체성과 악장 곳곳에 숨겨진 인간적인 고뇌를 관객에게 온전히 전달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세종문화회관 공연에 대해서는 “대구 무대에서 다져온 단원들과의 견고한 호흡을 바탕으로, 대구시향만의 차별화된 사운드를 서울 관객에게도 아낌없이 선보이겠다”라고 덧붙였다.
대구시향 '제528회 정기연주회 : 쇼스타코비치, 시대의 자화상'은 R석 30,000원, S석 16,000원, H석 10,000원으로 대구콘서트하우스 홈페이지와 놀(NOL) 티켓(1661-2431)을 통해 예매할 수 있다. 초등학생 이상 관람 가능하며, 공연 전일 오후 5시까지 예매 취소 및 변경이 가능하다. 공연 당일 할인 적용 티켓 수령 시에는 증빙자료를 지참해야 하며, 모든 할인은 중복 적용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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