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록과 자료의 예술적 변용을 제시하는 예술가의 연구를 조명

《확장팩: 아티스틱 리서치》는 지식과 기술, 산업이 한데 모인 지식기반 산업 도시 광교에서 열린다. 서로 다른 분야의 지식이 만나 산업과 연구를 만드는 도시성을 배경으로 예술과 연구가 만나 새로운 앎의 형식을 만들어내는‘아티스틱 리서치(Artistic research)’를 조명한다.
게임에서 ‘확장팩(Expansion Pack)’은 오리지널 게임과는 다르게 새로운 스토리, 지역, 아이템을 추가하여 출시하는 콘텐츠를 뜻한다. 확장팩은 본편과 세계관을 공유하면서도 독립된 서사를 갖춤으로써, 플레이어가 이미 알던 세계를 다른 규칙과 관점에서 확장하여 경험하도록 만든다. 이러한 속성에 빗대어 예술가의 작업에서 이뤄지는 탐구와 확장의 방식을 소개한다.
‘아티스틱 리서치’는 통상 자료수집, 문헌분석, 현장조사 등의 탐구가 창작 과정에 수반되는 예술가의 연구를 뜻한다. 그러나 이 용어를 둘러싼 논의가 예술 장르에서 현재진행형인 만큼 개념을 규정하는 대신, 동시대 미술의 매체 확장을 이끈 주요한 요인으로서 아티스틱 리서치의 방법론과 형식에 주목한다. 여섯 명의 작가가 기록과 자료를 다루며 서로 다른 매체을 실험하는 방법론과 형식을 통해 아티스틱 리서치에 대한 논의의 장을 펼쳐낸다.
김보경, 이소요, 전혜주, 정찬민, 정혜정, 조혜진, 여섯 명의 작가는 기록과 자료를 탐구하는 과정 속에서 매체 실험을 통해 맥락을 재배치하며 기존의 지식체계와는 다른 앎의 감각을 생산해낸다. 전시는 이러한 방법론에 주목하여 데이터, 기록, 역사를 재맥락화하는 세 개의 축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진동하는 데이터: 파동과 입자'에서는 접촉과 이동이 제한되던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사회 재난 속에서 몸을 매개로 기록과 데이터를 재맥락화하는 관찰을 보여주는 전혜주, 정찬민의 작업을 소개한다. 전해주의 '노란 경계〉(2021)는 인간의 육안으로는 구별할 수 없을만큼 꽃가루와 우라늄 정제가루가 유사하다는 점에서 시작한 작업으로 벌의 날개 진동 주파수를 모방한 기계 장치에서 떨어지는 노란 가루를 통해 경계 없이 대기에 퍼져가는 미세 입자를 가시화한다. 정찬민의 '행동부피'(2023)는 효율성이나 생산성과 무관한 일상의 움직임에 주목한 작업이다. 60명의 지인에게 만족스러운 일상 습관에 사용하는 시간을 조사하여 그 시간만큼 부풀어 오르는 조형물로 치환함으로써 비가시적인 시간의 덩어리를 존재로서 표현한다.
두 번째, '기록에서 내러티브로: 종(種)과 형(形)'에서는 기록 형식이 남긴 여백으로부터 사회 문화사를 관통하는 내러티브를 이끌어내는 관점을 다룬다. 이소요의〈『玆山魚譜』, 그림 없는 자연사〉(2017/2016)는 조선의 실학자 정약전이 흑산도 유배 중 생물을 분류하고 기록한 『자산어보』로부터 출발한 작업이다. 이미지 없이 활자로만 이루어진 1차 문헌에서 분류학적 근거인 생물 형태를 설명한 문구를 분석하고, 이를 생물에서 직접 찾아 조형물로 보여준다. 조혜진의〈도시루 아카이브〉(2016) 작업은 실용신안문서 속에서 경조사 화환에 주요하게 사용되는 플라스틱 잎사귀인 도시루의 형태 변화를 발견하며 완전히 서로 다른 사물이 사용을 개선하면서 같은 형태로 연결되는 과정을 추적한다.
세 번째, '응시의 축: 아칸서스와 따개비'에서는 땅과 바다를 가로지르는 아칸서스(acanthus)와 따개비의 시선으로 문명과 제국 중심의 축을 바라보는 작업을 소개한다. 김보경의〈아칸서스 군락 — 파도를 펼침ver.4〉(2026)은 건축 장식에 나타나는 아칸서스 문양, 아칸서스 식물 사진, 뜨개의 매듭 이미지 등을 디지털로 콜라주한 월페이퍼 작업이다. 건축물, 공예품을 통해 이동되는 식물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정혜정의〈노틸러스 호의 따개비〉(2025)는 공상과학 소설 『해저 이만리』(1869)의 문학적 상상력과 따개비의 시점, 작가의 해양 경험 에세이를 결합한 영상 작업이다. 고착생물인 따개비의 독특한 자생력과 이동 경로를 따라 바다를 경유하여 인간 중심적 관점 너머의 세계를 보여준다.
수원시립미술관 오민범 관장은 “서로 다른 분야의 학문을 넘나들며 탐구하는 예술가의 연구는 앎을 체화하는 숙고의 시간을 우리에게 알려준다”라며 “오늘날 주요한 융합적 사고와 지식생산의 의미를 예술가의 연구를 통해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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