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을 공동체가 함께하는 ‘삼의 고장’ 정선의 살아있는 전통

정선유평삼베민속 삼굿은 한여름 마을에서 재배한 삼을 공동으로 수확하고 쪄내는 과정에서 마을 주민들이 함께 노동하고 노래하며 농악을 울리던 전통문화다. 단순히 삼을 가공하는 작업을 넘어 마을 사람들의 협동과 화합, 삶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긴 정선 고유의 공동체 민속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삼굿 과정에서 불리는 ‘가래질소리’, ‘삼굿과 짐물소리’, ‘비나리’ 등의 노동요와 농악은 힘겨운 노동을 함께 이겨내고 공동체의 결속을 다졌던 선조들의 삶과 지혜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정선 유평 삼굿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전통 방식에 가까운 원형을 재현·전승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매년 마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삼굿의 전 과정을 이어가고 있으며, 전통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다음 세대로 전승하는 소중한 장이 되고 있다.
올해 삼굿 재현행사는 8월 27일부터 29일까지 3일간 진행된다.
8월 26일부터 27일까지는 삼밭에서 직접 기른 대마를 베는 ‘삼치기’와 함께 행사장에서는 삼굿 터파기, 화집나무 쌓기, 돌쌓기 등 삼굿을 위한 사전 준비가 이어진다.
행사의 본격적인 시작은 8월 28일 새벽 6시 점화제례로 열린다. 이후 삼 쌓기, 풀 덮기, 흙 덮기 등 전통 방식의 삼굿 과정이 진행된다.
본 행사에 앞서 과거 마을에서 삼을 다루던 경험을 되살린 ‘삼삼기’와 ‘삼대벗기기’ 경연대회가 마련된다. 오후 1시부터 열리는 경연을 통해 주민들이 기억하고 있는 전통 기술을 되살리는 한편, 관광객들도 정선 삼베민속의 생생한 현장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어 정선아리랑 공연과 남면 농악대의 길놀이가 펼쳐지고, 화집 다지기와 짐물주기 등 전통 삼굿 과정이 이어진다. 삼을 찌는 과정에서는 노동요와 농악이 어우러지며, 행사장 전체가 전통 가무악과 공동체의 흥이 살아나는 한마당으로 꾸며진다.
8월 29일에는 삼굿 파헤치기를 시작으로 삼대 벗기기와 삼 건조 등이 진행되며, 사흘에 걸친 전통 삼굿의 전 과정을 마무리한다.
행사장에서는 삼베로 만든 생활용품과 삼베 민화 등을 선보이는 전시와 함께 전통 방식 그대로 삼베길쌈 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행사장을 찾은 관광객을 위해 옥수수 따기, 감자 캐기 등 정선의 산촌생활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도 준비하여 전통문화와 농촌체험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정선은 예로부터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삼베 생산지로 알려져 있다. 해발이 높고 삼이 자라기에 적합한 환경을 갖춘 정선에서는 과거 봄에 삼씨를 뿌리고 여름에 삼을 재배한 뒤 마을 공동체가 함께 삼굿을 하고, 겨울에는 가족들이 둘러앉아 삼을 삼고, 이듬해 봄에는 그 실로 베를 짜 옷감을 만드는 등 삼 재배부터 삼베 생산까지 사계절에 걸친 삶의 방식이 이어졌다.
조선 말 정선군수로 재직했던 오횡묵은 자신의 기록인 ‘총쇄록’에서 정선의 삼에 대해 “도처에 삼[麻]을 갈아 수북이 자라 깎은 듯이 가지런하다”는 취지로 기록하며 정선에서 자라는 삼의 모습을 상세히 남겼다. 이는 과거 정선이 명실상부한 ‘삼의 고장’이었음을 보여주는 기록으로 평가된다.
정선 삼베가 예로부터 품질이 좋기로 이름난 데에는 지역의 자연환경도 한몫했다. 높은 해발과 삼 재배에 적합한 환경 덕분에 좋은 삼을 생산할 수 있었으며, 마을 곳곳에서 행해졌던 삼굿은 삼을 쪄내는 생산 활동인 동시에 마을 사람들이 함께 모여 노동하고 노래하며 화합을 다지는 공동체의 축제이자 놀이문화였다.
정선문화원과 정선유평삼베민속전승보존회는 매년 삼굿축제를 개최하고 전통 삼굿과 삼베길쌈의 전 과정을 재현하며 정선의 삼베민속을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단절될 수 있었던 옛 생활문화를 단순히‘보여주는’것에 그치지 않고,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전통의 가치를 되살리고 세대 간 경험을 나누는 자리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심재복 정선문화원장은 “정선유평삼베민속은 우리 선조들의 삶과 노동, 공동체 정신이 고스란히 담긴 소중한 전통문화”라며“이번 삼굿 재현행사를 통해 정선의 삼베민속이 가진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널리 알리고, 지역 주민과 관광객들이 함께 전통을 체험하며 공동체의 소중함을 느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선유평삼베민속전승보존회 역시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전통 삼굿과 삼베길쌈의 명맥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며 ‘삼의 고장’ 정선의 전통문화가 지역을 대표하는 소중한 무형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계승·발전에 힘쓰고 있다.
이번 정선 유평마을 삼굿은 과거 정선 사람들의 삶을 오늘의 현장에서 만나는 자리다. 흙을 파고 돌을 쌓고 불을 지피는 손길, 삼을 찌며 울려 퍼지는 노동요와 농악, 세대를 이어 함께하는 주민들의 모습 속에서 정선 선조들이 일상 속에서 지켜온 협동과 나눔, 그리고 공동체 정신을 생생하게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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