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개국 69팀(명) 참여…유배·돌문화·신화 세 소주제로 펼치는 동시대 미술

20개국 69팀(명)의 국내외 작가가 참여하며, 예술감독은 이종후 제주도립미술관장이 맡았다.
전시는 △제주도립미술관 △제주돌문화공원 오백장군갤러리 △제주아트플랫폼 △예술공간 이아 △갤러리레미콘 등 5개 공간에서 열린다.
올해 비엔날레의 주제인 ‘허끄곡 모닥치곡 이야홍’은 제주어와 제주민요에서 출발했다.
‘허끄곡 모닥치곡’은 ‘섞이고 모이다’라는 뜻이며,‘이야홍’은 제주민요 ‘이야홍 타령’의 후렴구다. 제주의 토착문화가 외부 문명과 만나 섞이고 합쳐지며 변화해온 과정에 주목한다. 제주가 오랜 시간 외부 세계와 교류하며 스스로를 바꿔 온 삶의 방식과 존재의 미학을 ‘변용’이라는 키워드로 해석한다.
전시는 ‘유배’, ‘돌문화’, ‘신화’ 세 갈래로 나뉜다.
제주도립미술관의 ‘추사의 견지에서: 유배’는 추사 김정희의 제주 유배를 출발점으로 삼는다. 고립과 단절의 시간이 어떻게 새로운 예술 언어로 바뀌는지를 살핀다.
1층은 추사가 인장으로 사용한 문구인 ‘불계공졸(不計工拙)’을 비롯해 그의 제주 유배 시절 이룩한 조형적 유산을 드러내는 ‘귤화위지(橘化爲枳)’, ‘병거사예(病居士藝)’ 세 갈래로 구성된다. 2층의 ‘세한(歲寒) : 동시대 유배’에서는 난민과 흩어진 이주민 등 오늘의 문제로 주제를 넓힌다.
김정희의 '세한도'(영인본)와 제주 문자도, 현중화의 '취시선'이 전시의 문을 연다. 이어 오석훈의 대형 수묵 '한라영곡', 조기섭의 '걷는 풍경: 7계', 이현태의 오디오비주얼 설치작품 '어 김없 는 것과 어긋나는(거)'이 놓이고, 2층에는 아슬란 고이숨, 알라아 에드리스, 윤진미, 류봉식, 정기엽의 작업이 이어진다.
제주 작가 이쥬의 신작 '아포리아의 증인'은 관람객을 전시 안으로 끌어들인다. 인공지능(AI)으로 만든 여섯 증인의 초상 앞에서 설문에 답해 나가면 마지막에 증인 한 명과 연결되며, 자신도 가해자나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마주하게 된다.
아랍에미리트 작가 알라아 에드리스는 폐허가 된 고대 유적과 신화․우화․전설이 오늘의 삶과 맞닿는 지점을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낸다. 이번 전시에서는'휴전 오만 시대의 일곱 정령들'(2011)과 '서커스(Circus)'(2019) 연작을 선보이며 반복 속에서 끊임없이 변형되는 시간과 기억의 역설을 보여준다.
제주돌문화공원 오백장군갤러리의 ‘검으나 돌은 구르고 굴러: 돌문화’는 제주의 현무암과 돌담에 쌓인 시간과 기억을 다룬다.
김현성의 신작 '담지체'는 돌아가는 24개 물레 위에 돌을 올렸다. 관람객이 물레를 돌리면 돌이 스치는 마찰음이 어우러져 리듬이 되는데, 작가는 이를 ‘24개 행성들의 새로운 질서’라 부른다.
일본 작가 오카베 마사오는 사진작가 미나토 치히로와 함께 신작 'TIME RINGS'를 선보인다. 제주와 홋카이도, 히로시마를 하나의 기억으로 잇는 설치작품이다.
이 밖에 노진아의 '진화적 키메라-가이아', 흙을 우주 생명의 토양으로 바라본 김정헌의 '흙 한줌의 인과성, 우주 생명의 토양', 전시장의 습기가 스스로 그려 나가는 갈라 포라스-김의 'Forecasting Signal', 운석을 주인공으로 한 룸톤의 VR 작업 '에코스피어'을 선보인다. 야외 중정에는 송필의 '실크로드, 전설(version 2'과 강문석의 '초원'이 설치된다.
제주아트플랫폼과 예술공간 이아, 갤러리 레미콘 등 원도심에서 열리는 ‘큰 할망의 배꼽: 신화’는 제주 신화와 공동체의 기억을 오늘의 언어로 다시 읽는다. 도민의 삶이 쌓인 원도심 전체가 하나의 전시장이 되는 셈이다.
제주아트플랫폼 3층 대공연장에서는 캐나다 작가 뱅상 모리세와 캐롤라인 로버트의 '테라(TERRA)'를 만날 수 있다. 높이 6m·폭 15m가 넘는 벽 전체가 화면으로 바뀌며 거대한 ‘살아있는 벽화’가 펼쳐진다.
우크라이나 작가 자나 카디로바는 제주아트플랫폼 5층 영화관에서 신작 'Performance VI'를 선보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사라진 마을과 잃어버린 이들의 기억을 작업에 담아왔다. 이번 작품에서는 기존 퍼포먼스 시리즈를 제주라는 장소와 맥락에 맞게 새롭게 번안하여 옛 극장 공간에 담았다.
예술공간 이아에는 제주의 녹나무를 신목이자 우주목으로 상상하며 비념을 올리는 '날과 씨', 북방의 휘파람과 제주 해녀 숨비소리의 공통 기원에 주목한 김상돈의 '거울 속 열쇠들-4개의 싹', 고대 신화를 다시 그린 최민화, 심방과 굿을 기록한 곽윤주의 영상 작품, 국가민속문화유산 '제주도 내왓당 무신도'(확대 복제), ‘천지왕본풀이’에서 출발한 손유진의 회화 작품 'The Between Two Suns and Two Moons' 등이 전시된다.
제5회 제주비엔날레는 지난 제4회가 ‘표류’를 통해 제주와 남방문화의 연결을 탐구한 데 이어, 시선을 북방으로 확장해 제주 문명이 변화해 온 또 하나의 흐름을 조명한다.
해양을 따라 유입된 남방문화가 우연한 이동과 교차를 통해 제주에 영향을 미쳤다면, 북방문화는 유배와 이주, 신화 등을 통해 제주와 연결되어 왔다. 이번 비엔날레는 서로 다른 문화가 제주에서 ‘섞이고(허끄곡) 합쳐지며(모닥치곡)’지역성과 보편성의 경계를 허물고 독특한 문화적 정체성으로 변용돼 온 과정에 주목한다.
이종후 예술감독은 “지난 비엔날레가 표류로 남방문화와의 연결을 살펴봤다면, 이번에는 유배와 신화, 돌문화를 통해 북방문화와 제주가 이어져 온 흐름을 들여다보고자 했다”며 “서로 다른 문화가 제주에서 뒤섞이고 합쳐지며 만들어낸 변용의 기술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공생을 이야기하려 한다”고 밝혔다.
개막을 하루 앞둔 24일 오후 6시에는 제주 관덕정 광장에서 개막식이 열린다.
개막식에서는 예술감독의 전시 소개에 이어 홍보대사 김창옥의 인사말과 경기소리꾼 이희문의 축하공연이 펼쳐진다.
입장료는 성인 8,000원이며, 자세한 전시와 프로그램 일정은 제주비엔날레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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