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초연 이후 아비뇽페스티벌․파리․런던 등 세계 주요 무대에서 극찬받은 화제작

연극 ‘라크리마’는 2024년 초연 이후 아비뇽페스티벌, 파리 오데옹극장, 런던 바비컨 센터 등 세계 주요 극장 무대에 오르면서 극찬을 받은 작품으로, 화려한 패션 산업 이면에 숨겨진 고된 노동과 글로벌 자본주의의 모순, 그 고통을 견디는 인간의 강인함과 장인정신을 깊이 있게 조명한다. 스트라스부르 국립극장의 예술감독이자 극작가·연출가인 캐롤린 기엘라 응우옌(Caroline Guiela Nguyen)이 다큐멘터리적 사실성과 영화적 기법을 결합한 무대로 극적인 몰입감과 동시대 연극의 새로운 감각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지난 5월 싱가포르에 이어 오는 10월 성남에서 한국 초연하며, 이후 이스탄불, 타이베이 등 아시아 주요 도시로 투어를 이어갈 예정이다.
한 벌의 웨딩드레스에 얽힌 화려함과 잔혹한 현실
‘라크리마’는 영국 공주의 웨딩드레스 제작이라는 가상의 사건을 통해 화려한 오트 쿠튀르(Haute Couture) 산업 이면의 노동과 글로벌 생산 구조를 들여다본다. 파리의 명망 높은 오트 쿠튀르 하우스에 영국 왕실의 웨딩드레스 제작 의뢰가 들어오고, 이를 완성하기 위해 파리의 패션하우스와 프랑스 알랑송의 레이스 공방, 인도 뭄바이의 자수 공방이 극도의 보안 속에서 협업한다. 그러나 촉박한 마감과 장시간 노동, 철저한 비밀 유지를 요구하는 계약, 브랜드와 외주 제작소 사이의 불균형한 관계 속에서 노동자들의 육체적·심리적 압박은 극한으로 치닫는다.
작품은 완성되어 가는 드레스의 찬란한 아름다움과 이를 만드는 이들의 고통을 대비시키며 고된 노동과 글로벌 자본주의의 모순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제목인 ‘라크리마(Lacrima)’는 라틴어로 ‘눈물’을 뜻한다. 드레스 위에 수놓인 진주와 노동자들의 눈물을 중첩해 화려함 뒤에 가려진 ‘보이지 않는 손’에 시선을 돌리는 동시에, 자신의 기술과 작업을 이어가는 이들의 강인함과 장인정신을 함께 조명한다.
시공간의 경계를 넘어, 이름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다
공연은 무대와 영상을 결합한 정교한 연출로 파리와 알랑송, 뭄바이의 세 노동 현장을 한 공간에 펼쳐 보인다. 무대 위 스크린의 3분할 화면을 통해 서로 다른 공간과 시간대의 작업 현장이 교차하며, 파리-뭄바이-알랑송으로 이어지는 24시간 멈추지 않는 글로벌 생산 구조를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여기에 프랑스어, 영어, 타밀어 등 여러 언어와 장면이 빠른 호흡으로 맞물리며 극의 긴장감을 높인다.
연출과 극작을 맡은 캐롤린 기엘라 응우옌은 이주와 기억, 사회 제도 속 개인들의 삶을 집단 서사로 풀어내는 작업으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아왔다. 장기간의 리서치를 바탕으로 실제 경험과 허구를 결합하고, 다양한 언어와 문화적 배경을 지닌 인물들과 영상·무대를 교차시키는 연출이 특징이다. 2017년 아비뇽페스티벌에서 ‘SAIGON’으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은 그는 2023년부터 스트라스부르 국립극장과 연극학교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라크리마’에서도 웨딩드레스의 주인인 공주가 아닌 드레스를 만드는 이름 없는 장인과 노동자들에게 시선을 돌리며, 아름다움 뒤에 가려진 노동과 그 의미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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