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성이 쌓아온 빛의 지층, 우리의 시간과 미래를 사유하다

지난 8월 화성동탄중앙도서관 지식의 숲에서 관객을 만난 데 이어, 이번에는 봉담와우도서관으로 장소를 옮겨 화성의 또 다른 지역에서 관객과 만난다. 동탄에서 봉담으로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화성의 서로 다른 생활권을 연결하며, 작품이 이야기하는 ‘축적된 시간과 기억’의 의미를 지역 안에서 확장한다.
‘2026 경기예술활동지원 : 모든예술31 화성’은 화성특례시민에게 폭넓은 전문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공모를 통해 경기도의 우수 예술인과 예술단체의 작품을 선정·지원하는 사업이다.
‘빛의 지층’은 오늘의 화성이 하나의 순간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축적된 수많은 시간의 층위 위에 형성됐다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작품에서 빛은 화성이 지나온 자연과 역사, 상처와 회복, 변화와 성장을 품은 시간을 의미한다. 과거의 빛은 사라지는 대신 새로운 시간 아래에 머물며 서로 다른 층을 이루고, 그 축적은 현재의 화성을 만들어낸다.
작가는 이러한 시간의 축적을 한국 전통 공예인 나전칠기의 빛과 연결한다. 오랜 시간 형성된 자개가 장인의 손을 거쳐 작은 조각으로 나뉘고 다시 이어지며 하나의 찬란한 표면을 이루듯, 현재의 화성 역시 서로 다른 시간과 기억이 겹쳐져 만들어졌다. 빛의 방향과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다양한 색을 드러내는 자개의 성질은 하나의 시간이 사람마다 서로 다른 기억과 해석으로 존재하는 방식과도 닮아 있다.
작품은 ‘태동’, ‘격동’, ‘개화’, ‘공존’의 네 장으로 구성된다. 각 장은 자개를 자르고, 깨뜨리고, 이어 붙여 새로운 무늬를 만드는 나전칠기의 방식을 디지털 이미지와 움직임으로 확장한다. 서로 다른 자개 조각이 모여 하나의 빛나는 표면을 완성하듯, 화성이 지나온 시간 역시 단절된 사건의 나열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고 축적되며 현재를 형성하는 하나의 지층으로 펼쳐진다.
그러나 ‘빛의 지층’이 보여주는 것은 화성의 시간에만 머물지 않는다. 지금의 화성이 수많은 시간의 누적으로 이루어졌듯, 한 개인과 공동체의 현재 역시 기억과 관계, 상처와 선택, 사라진 것과 남겨진 것들이 겹겹이 쌓인 결과다.
관객은 변화하는 자개의 빛과 이미지 속에서 화성이 지나온 시간과 자신의 기억이 겹쳐지는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화성이라는 구체적인 장소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이를 통해 ‘나는 어떤 시간으로 이루어져 있는가’라는 보다 보편적인 질문으로 확장된다.
작품은 ‘나를 이루고 있는 빛의 지층은 무엇인가’, ‘우리는 지금까지 어떤 빛을 함께 쌓아왔는가’, ‘앞으로 어떤 빛을 남길 것인가’를 질문한다. 작품 속 지층은 지나간 시간을 보존하는 구조에 머물지 않고, 과거를 딛고 아직 결정되지 않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가능성의 토대가 된다.
이 작품은 AI를 단순한 제작 도구가 아니라 새로운 이미지를 함께 탐색하는 협업의 대상으로 바라본다. AI가 생성 과정에서 만들어내는 예측하기 어려운 환각(Hallucination)과 오류, 불완전한 형상처럼 기존에는 결함으로 여겨졌던 결과까지도 새로운 미학적 가능성으로 받아들인다.
인간의 의도와 AI의 예측 불가능성이 만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우연성은 작품의 시각적 세계를 확장한다. 이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미래 역시 하나의 완성된 모습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선택과 기술, 우연과 변화가 겹쳐지며 지속적으로 형성되어 가는 시간이라는 작품의 관점과 맞닿아 있다.
이번 전시는 첨단 기술과 시각예술을 융합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오지연 작가의 기획과 총괄 디렉팅으로 완성됐다. 오지연 작가는 홍천 미술관 미디어아트 프로젝트를 비롯해 서울역 광장 겨울전시 ‘숨결’, 명동 신세계스퀘어 ‘다다명동’ 등 국내 주요 공간에서 대형 미디어아트 및 미디어파사드 프로젝트를 선보여온 미디어 아티스트다.
8월 동탄에서 시작된 ‘빛의 지층’은 9월 봉담으로 이어지며 화성의 서로 다른 공간과 관객을 연결한다. 관객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개의 빛 속에서 화성이 축적해 온 시간과 자신이 지나온 시간을 함께 바라보며, 아직 결정되지 않은 미래에 어떤 빛을 남길 것인지 사유하게 된다.
전시는 9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화성시 봉담와우도서관에서 관람할 수 있다. 관람료는 무료이며, 연령 제한 없이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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