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송희·최재혁·소소영 작가, 조선 책가도 의미 재해석… 9월 6일까지

이번 전시는 조선시대 책가도의 의미를 되새기고, 오늘날 새롭게 해석된 책가도 작품을 통해 책과 사물, 그림이 전하는 아름다움과 의미를 살펴보기 위해 마련됐다.
책가도는 조선시대 후기에 성행한 그림으로, 책장 안에 책과 도자기, 문방구 등 여러 사물이 놓인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당시 사람들은 책가도를 통해 출세, 건강, 부귀 등 좋은 일을 기원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현대미술 작가 박송희, 최재혁, 소소영 3인의 책가도 작업을 소개한다.
박송희 작가는 사물에 담긴 기억과 시간, 관계의 의미를 도자와 종이 작업으로 표현한다. 일상 속 사물을 통해 개인의 내면과 삶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최재혁 작가는 세월의 흔적이 남아 있는 사물을 주요 소재로 삼는다. 작가는 사물이 오랜 시간 쌓아온 기억과 흔적을 캔버스 위에 정교하게 기록한다.
소소영 작가는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사물이나 자신의 기억과 연결된 사물을 떠올리며 작업한다. 이를 통해 사라진 것들에 대한 기억과 감정을 작품으로 풀어낸다.
박송희(1985)는 충남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와 동 대학원 석사를 졸업했다. 작가는 도예와 섬유를 전공하고 전통 책가도와 책거리의 상징성을 동시대적 감각으로 확장하며, 회화와 공예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특히, 자신만의 기법을 통해 작품 내 다양한 사물과 요소의 조화를 추구한다.
박송희의 책가도는 프레임과 사물만 있고 배경과 칸과 칸 사이 공간이 텅 비어있다. 하지만 단순한 선만으로 공간감을 만들어낸다. 과거와 현재가 다양하게 섞인 SNS 포스팅처럼, 개별적인 프레임들은 모여서 하나의 이야기를 이루고, 이는 동시다발적으로 생성되는 우리의 삶과 같다.
이번 전시에는 ‘비우고 담다’를 주제로 채워 넣기보다는 덜어냄을 통해 비움은 결핍이 아니라 또 다른 채움의 시작이며, 비워낼 때야 비로서 담을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책과 사물에 담긴 기억, 시간, 관계의 의미를 박송희만의 섬세한 조형 언어로 풀어내고 있다.
최재혁(1984)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와 동 대학원 석사를 졸업했다. 작가는 사물의 본질과 그 속에 깃든 시간성(temporality)을 탐구하며 정적인 정물에 생동하는 서사를 부여하는 정물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백자, 고서, 목기와 같이 세월의 흔적이 묻어난 골동품을 주된 소재로 삼아 대상이 축적해 온 기억을 캔버스 위에 정교하게 기록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전통 회화 형식인 책가도와 기명절지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과거의 미감과 현재의 시점이 공존하는 독창적인 화면을 구축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전통 민화나 책가도가 단순히 과거의 유산에 머물지 않고, 오늘날의 삶 속에서 어떻게 지속되고 공명하는지를 탐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작가의 시선이 머무는 사물들은 단순한 옛 물건을 넘어 긴 시간을 견뎌온 존재로, 저마다의 깊이 있는 이야기를 건넨다. 이러한 그의 작업은 보는 이로 하여금, 무심히 지나쳤던 주변의 사물들을 다시금 찬찬히 돌아보게 하며, 우리 일상을 채우는 평범한 존재들이 지닌 고유의 가치와 본연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일깨워 준다.
소소영(1976)은 대구대학교에서 산업디자인학을 전공했다. 회화 속 사물들의 의미와 관계를 자신만의 조형 언어로 재구성하여 평면과 입체를 넘나들며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작가는 전통 책가도가 지닌 길상의 의미와 선조들의 지혜에 영감을 받아,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일상 속 사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사물놀이〉 회화 시리즈를 작업하고 있다. 전통 회화의 재료와 기법을 사용하여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사물들, 자신과 연관된 사물들에 얽힌 기억을 떠올리며 배치한다. 그는 인간이 소유할 수 있는 것은 결국 물질이 아닌 기억과 감정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작업의 연장으로 회화 속 사물들이 맺고 있는 관계와 상호작용의 의미는, 자연스럽게 조각보를 매개로 한 〈연결과 중첩〉 시리즈로 확장된다. 천과 천이 만나 포개진 조각보의 시접과 윤곽선들은 시간의 결이자, 이야기의 맥락을 담은 고유한 패턴이 된다. 이러한 작업의 확장은 결국 작가에게 세상과 무한히 연결된 자신을 발견하는 여정이다.
전시는 오창호수도서관 2층에 위치한 오창전시관에서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박원규 청주시립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 주변의 사물에도 관심을 갖고, 그 안에 담긴 의미와 이야기를 발견해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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