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명항부터 문수산성까지 14km 코스, 손돌 전설과 근대사 품은 평화의 길
평화누리길은 경기도 DMZ 접경지역인 김포·고양·파주·연천 4개 시군을 잇는 최북단 도보 여행길이다. DMZ 인근 철책선을 따라 걸으며 분단의 현실을 체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뛰어난 자연경관과 역사적 흔적도 함께 만날 수 있는 길로 알려져 있다. 2010년 개장한 평화누리길은 총 12개 코스, 약 189km 규모로 조성돼 있으며 김포 3개 코스, 고양 2개 코스, 파주 4개 코스, 연천 3개 코스로 구성돼 있다.
경기도는 ‘DMZ 사색(四色)하다’를 주제로 계절별 특색을 담은 평화누리길 추천 코스를 소개하고 있다.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6월 추천 코스로는 시원한 물길을 따라 걸을 수 있는 평화누리길 1코스 ‘염하강 철책길’을 선정했다.
길은 김포 대명항에서 시작된다. 수도권과 가까운 대명항은 쭈꾸미와 꽃게, 전어 등 서해의 제철 수산물을 맛볼 수 있는 김포의 대표 관광지다. 어촌의 정취와 서해 풍경을 함께 즐길 수 있어 주말이면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초입에는 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운봉함을 전시한 김포함상공원이 자리하고 있으며, 현재는 안전점검으로 휴관 중이다.
평화누리길 1코스는 철책선을 따라 흐르는 염하강을 마주하며 이어지는 약 14km 길이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염하강 특유의 풍경 속에서 강화도 고려산 너머로 붉게 물드는 노을과 유유히 오가는 고깃배를 감상할 수 있다.
평화누리길 입구에서 약 1km를 걸으면 덕포진과 손돌묘를 만날 수 있다. 고려 고종이 몽골군의 침략을 피해 강화도로 피신하던 중 뱃사공 손돌을 오해해 죽였으나, 손돌이 남긴 바가지를 따라가 무사히 강화도에 도착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이후 사람들은 음력 10월 20일 무렵 불어오는 찬 바람을 ‘손돌바람’이라 부르며 그의 충절을 기억하고 있다.
염하는 오랜 세월 강화도를 지키는 천혜의 방어선 역할을 했지만, 19세기 들어 외세의 침입로가 됐다. 병인양요와 신미양요 당시 프랑스군과 미군은 이 물길을 따라 강화도로 진입했고, 덕포진 일대에서는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이후 조선은 강화도조약을 체결하며 격동의 근대사로 접어들게 됐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냉전기를 거치며 철책으로 둘러싸인 통제의 공간이 됐던 염하강 일대는 이제 누구나 걸을 수 있는 평화의 길로 다시 열렸다. 과거 국방의 최전선이었던 공간은 오늘날 역사를 기억하고 성찰하는 장소로 변화하고 있다.
종점인 문수산성은 병자호란 이후 강화 방어를 위해 조성된 산성으로, 병인양요 당시 격전지이기도 하다. 산성에 올라 염하를 내려다보면 이 길이 단순한 걷기 코스를 넘어 수많은 시간과 기억이 켜켜이 쌓인 역사 공간임을 실감할 수 있다.
철책선 사이로 유유히 흐르는 염하강을 따라 걷는 평화누리길 1코스는 고려와 조선, 근대와 현대를 관통하는 역사의 시간을 만나는 길이다. 과거 긴장과 통제의 공간이었던 이곳은 이제 누구나 걸으며 평화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여행길로 자리하고 있다. 여름철 도보 여행 시에는 강한 햇볕과 자외선에 대비해 모자와 선크림, 충분한 식수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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