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민지 시대 대전에 정착한 일본인 가문의 삶 조명

이번 전시는 식민지 시대 대전에 정착해 살아간 재조 일본인 가문의 삶을 통해 지역사회 안에서 형성된 관계와 해방 이후까지 이어진 문화적 흔적을 살펴보기 위해 마련됐다.
쓰지 가문과 대전의 인연은 19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전에 정착한 쓰지 가문은 간장 양조업체인 ‘후지츄양조’를 운영하며 지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했으며, 대전부의원, 대전청년회 부회장 등을 맡아 지역사회 활동에도 참여했다. 당시 공장에서 기술을 익힌 조선인 직원들은 해방 이후 진미식품과 대창식품, 남선기공 등 대전 지역 기업의 창업주로 성장하기도 했다.
광복 이후 쓰지 가문은 일본으로 돌아갔지만, 관련 유산과 기록은 현재까지 남아있다. 쓰지 만타로가 1931년 보문산 자락에 지은 별장은 광복 이후 사찰 승방으로 활용되며 원형을 유지해왔고, 2023년 대전시 등록문화유산 제2호로 지정됐다.
같은 해 만타로의 아들 쓰지 아츠시(辻醇, 1938~ )는 별장의 문화유산 지정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테미문학관에 도서 600여 권과 100만 엔을 기부했다. 이는 해방 이후 일본으로 돌아간 재조 일본인 가문이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대전과의 인연을 이어간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2025년 쓰지 가문에서 기증한 유물 중 가족의 생활상과 문화를 보여주는 자료들을 선보인다. ‘바가지에 그린 초상화’는 표주박 위에 정갈한 여인의 얼굴과 시구를 담아낸 작품으로, 만타로의 회고록 ‘포플라와 바가지(ぽぷらとぱかち)’ 속 어머니를‘바가지’에 빗대어 표현한 것과 연결되는 작품으로, 가족에 대한 기억과 상징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자료다.
또한 ‘우란분재 등불’은 부모와 조상의 영혼을 기리는 우란분재 기간에 조상신을 맞이하기 위해 사용했던 등롱으로, 구름 장식과 모란·국화 문양 등을 통해 당시 가정의 신앙과 미의식을 엿볼 수 있다. 이 밖에도 가정 내 불단에서 사용한 불구(佛具)와 ‘지천명(知天命)’이 적힌 부채 등을 통해 당시 재조 일본인 가정의 일상과 교양 문화를 함께 조명한다.
박물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가 지역사회 안에서 형성된 다양한 삶의 모습과 역사적 흔적을 새롭게 살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며 “대전 근현대사를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전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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